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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지자체 · 프롤로그

두 도시, 같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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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24묻고 답하다

사라지는 지자체 · 프롤로그

일본은 한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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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이 더 빨리 늙는다.

왜?

두 나라의 인구 통계를 같은 자에 올려놓으면, 비교가 아니라 ‘예언’이 된다.

일곱 장면으로,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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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 AI 생성 (Higgsfield · Kling)

SCENE 01 — 12년의 시차

두 나라는 같은 길 위,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질문 하나로 시작할게요. 한 나라의 인구는 ‘언제부터’ 줄기 시작할까요?

답은 의외로 또렷합니다. 죽는 사람이 태어나는 사람을 넘어서는 순간 — 인구학자들이 ‘데드크로스’라 부르는 그 지점입니다. 한번 넘으면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는 선이죠. 일본은 2008년에 그 선을 넘었고, 한국은 2020년에 넘었습니다. 딱 12년 차이. 그리고 이 12년이, 지금부터 풀어낼 이야기 전체의 열쇠입니다.

두 나라의 ‘인구 시계’를 같은 표 위에 올려놓아 볼까요?

▶ 연도를 클릭·호버하면 그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12년 겹쳐 보기’를 누르면 한국 시계가 12년 당겨져, 데드크로스(2020↔2008)가 세로로 포개집니다.

표를 위아래로 천천히 훑어보세요. 뭔가 보이시나요? 빨간 줄(일본)이 한 걸음 앞서가면, 파란 줄(한국)이 꼭 12년 뒤에서 같은 걸음을 밟습니다. 데드크로스도 12년, ‘소멸’ 명단을 만든 것도 비슷한 간격. 마치 한국이 일본의 발자국을 그대로 따라 걷는 것처럼요.

그러니까 이건 단순한 ‘한일 비교’가 아닙니다. 일본이 2014년에 던진 질문을, 한국은 2021년에 똑같이 받아들였어요. 일본이 2024년에 펼친 10년 성적표를, 한국은 2026년에 5년 성적표로 펼칩니다. 일본의 어제가 한국의 오늘이고, 일본의 오늘이 곧 한국의 내일인 셈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묻고 싶어집니다. 12년 앞선 일본을 보면, 한국의 미래도 안심하고 예측할 수 있는 걸까요? — 다음 장면(SCENE 02)에서 그 ‘안심’이 왜 위험한 착각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한국의 시골은 더 빨리 늙는다 — 닫힌 가게, 빈 정류장. [영상 | AI 생성 시네마틱]

SCENE 02 — 그런데 한국이 더 빠르다

거울 속 한국은, 일본보다 빨리 늙고 있다

12년 뒤를 따라간다면 안심해도 될까요? 아닙니다. 늙는 ‘속도’가 다릅니다. 일본이 초고령사회(65세 이상 20%)에 드는 데 11년 걸렸지만, 한국은 7년 4개월 만에 도달했습니다.

고령화율(65세 이상) — 슬라이더로 2024→2040 직접 돌려보기
0% 20% 40% 2024 2040 일본 29.3% 한국 20.0%
2024 격차 9.3%p
▶ 슬라이더를 직접 끌어 보세요. 파란 선(한국)이 빨강(일본)을 가파르게 따라잡아 2040년 거의 동률이 됩니다. 출처: 통계청·일본 총무성.

슬라이더를 끝까지 밀어보셨나요? 두 선의 기울기가 전혀 다릅니다. 일본(빨강)은 이미 높은 자리에서 완만하게 눕고, 한국(파랑)은 낮은 데서 출발해 거의 절벽처럼 치솟죠. 2040년, 둘은 한 점에서 만납니다.

속도를 한번 보세요. 일본이 초고령사회 문턱을 넘는 데 11년이 걸렸습니다. 한국은 그 길을 7년 4개월에 끊었어요. 출발은 12년 늦었는데, 늙는 속도는 일본을 앞지릅니다. 2024년 9.3%p였던 격차가 2040년이면 거의 0으로 사라지는 게 그 증거죠.

그러니 ‘일본보다 젊으니 아직 여유 있다’는 말은,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거울 속 일본은 천천히 늙었지만, 거울 앞 한국은 뛰어서 그 나이를 향해 가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 대체 무엇이 한국을 이렇게 빨리 비우고 있을까요?

SCENE 03 — 위험 명단

일본은 명단이 하나, 한국은 둘이다

그럼 ‘위험한 지역’은 얼마나 될까요? 일본은 인구전략회의가 744곳을 ‘소멸가능성 자치체’로 못 박았습니다. 한국은? 여기서 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한국 — 명단이 둘
89 / 130

행안부 ‘인구감소지역’ 89곳(39%) vs 고용정보원 ‘소멸위험지역’ 130곳(57%). 정책용 명단과 경고용 명단이 따로 돈다.

이상하죠? 같은 나라 안에서 위험 지역이 89곳이라고도 하고, 130곳이라고도 합니다. 행안부는 ‘돈을 줄 곳’을 89곳으로 좁게 골랐고, 고용정보원은 ‘이대로면 위험한 곳’을 130곳으로 넓게 셌거든요. 한국은 위기의 크기에 대한 합의조차 아직 없는 셈입니다.

더 섬뜩한 건 방향입니다. 일본은 ‘절반 이상이 위험한’ 도도부현이 24개에서 16개로 줄었어요. 위험의 농도가 옅어진 거죠. 반대로 한국은 2024년 부산이 광역시 최초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습니다. 농촌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소멸이, 대도시 안으로 걸어 들어온 겁니다.

→ 그럼 살아남는 도시의 공통 변수는? EP02에서

아래 도식의 손잡이(⇄)를 좌우로 끌어 두 나라의 소멸위험 ‘모양’을 직접 겹쳐 보세요. 왼쪽은 일본, 오른쪽은 한국입니다.

🇯🇵 일본 · 744곳 🇰🇷 한국 · 89~130곳
일본 — 도호쿠 집중 744곳 · 도호쿠 165곳이 한 덩어리로 응축
수도권 50.8% 한국 — 전역 확산 89~130곳 · 수도권이 빤 자리 빼고 전역
손잡이를 끌어 직접 비교 — 같은 ‘위험’이라도 일본은 도호쿠에 응축됐고, 한국은 수도권 블랙홀을 뺀 전 국토로 번진다. [이미지 | 아시아24 데이터 도식 자체 제작]
소멸의 엔진 — 청년은 떠나고, 도시는 부른다. [영상 | AI 생성 시네마틱]

SCENE 04 — 엔진

소멸의 엔진은 출산율이 아니라 ‘청년의 이동’이다

지방은 왜 빌까요? 흔히 ‘아이를 안 낳아서’라고 합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더 직접적인 엔진은 청년이 일자리를 따라 수도권으로 떠나는 것입니다.

2024년 청년(20–39세) 순유출 — 비수도권 시도별 (명)
경남
10,419
경북
8,821
부산
8,550
전북
7,570
전남
5,944
광주
5,860
대구
5,740
출처: 통계청 국내인구이동. 2024년 비수도권 12개 시도에서 청년 6만 2,445명 순유출. 수도권은 경기(+34,459)·인천·서울이 빨아들였다.
이동 사유
75%

청년 수도권 이동의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선호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다.

20대 수도권 순이동
54,055

전 연령대 중 최다. 떠나는 건 결국 ‘청년여성’이고, 그게 소멸 지표의 핵심이다.

막대를 다시 보세요. 경남 한 곳에서만 한 해 1만 명이 넘는 청년이 빠져나갔습니다. 비수도권 열두 곳을 합치면 6만 2,445명. 중소도시 하나가 통째로 비워진 셈이죠. 그런데 이들이 떠난 이유의 4분의 3은 ‘일자리’였습니다. 고향이 싫어서가 아니라, 먹고살 곳이 거기 없어서요.

여기서 무서운 연결고리가 생깁니다. 떠나는 청년의 상당수가 ‘청년여성’이고, 청년여성이 빠지면 다음 세대가 태어날 자리도 함께 빠지거든요. 그러니까 지방소멸은 ‘아이를 안 낳아서’가 아니라 ‘아이 낳을 사람이 떠나서’ 시작됩니다. 출산율은 결과지, 원인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 왜 한국에서는 이 이동이 유독 거셀까요?

SCENE 05 — 구조

한국의 블랙홀은 일본의 1.5배 세다

왜 한국이 더 가파를까요? 구조가 다릅니다. 빨아들이는 힘(수도권 집중)과 줄어드는 힘(출산율)이 둘 다 일본보다 셉니다.

🇰🇷 한국 수도권 집중
50.8%

합계출산율 0.75 (2024, 9년 만의 반등) — OECD 수도권 집중 1위

국토의 11.8%에 인구 절반(50.8%)이 모여 살고, 아이는 세계에서 가장 적게 낳습니다(0.75). 일본도 심한 편이지만(34.4%·1.20), 한국은 그 이상이죠. 좁은 곳으로 빨려 들어가는 힘과, 전체가 줄어드는 힘이 동시에 더 강합니다. 그래서 같은 거울 속이라도 한국의 장면이 더 빠르게 어두워집니다.

→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나? EP03에서

사람이 빠진 자리엔, 빈집이 남는다. [영상 | AI 생성 시네마틱]

SCENE 06 — 결과

인구가 빠진 자리엔 빈집이 남는다

그 끝엔 무엇이 남을까요? 일본의 풍경을 보면 됩니다. 빈집입니다. 2023년 일본의 빈집은 900만 호, 전체 주택의 13.8% — 역대 최고치입니다.

일본 주택 100채 중 빈집 (2023, 13.8%)
출처: 일본 총무성 주택·토지통계조사 2023. 30년 새 2배(1993년 448만→2023년 900만). 2038년엔 3채 중 1채가 빌 전망이다. 와카야마·도쿠시마는 이미 21.2%.

한국의 빈집 통계는 정의가 달라 직접 비교는 조심스럽지만(2023년 광의 약 150만 호), 곡선의 방향은 같습니다. 일본이 먼저 도달한 ‘3채 중 1채’가 한국의 다음 장면이 될 수 있다는 뜻이죠. 거울은 이미 그 장면을 비추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둡시다. 거울이 곧 운명은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보다 빨리 늙지만, 일본이 10년 동안 ‘소멸가능성’ 도부현을 24개에서 16개로 줄여낸 것처럼, 곡선은 정책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12년 뒤’는 예고이지 선고가 아닙니다. 그 12년의 시차가 한국에게는 — 일본이 먼저 겪은 시행착오를 건너뛸 수 있는 — 유일한 기회의 창이기도 하니까요.

→ ‘잘 줄어들기’의 답은? EP04에서

거울을 봤다면, 이제 답을 볼 차례

일본의 12년은 ‘막을 수 없다’가 아니라 ‘어떻게 줄어들 것인가’를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답을 네 편에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