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_사라지는 지자체, 한일 동시 점검
사카타에서 의성까지 — 10년 뒤 그 마을
② 744 vs 89, 살아남은 자치체의 공통 DNA
10조 엔과 5조 원 — 어디로 갔나
‘막기’에서 ‘잘 줄어들기’로

일본 744곳, 한국 89곳. 둘 중 어디가 더 위험할까요? 비율부터 보면 닮은꼴입니다. 일본은 전체 자치체의 43%, 한국은 39%가 명단에 들어 있죠. ‘얼마나 많은 도시가 위험한가’라는 질문엔 두 나라가 거의 같은 답을 갖고 있는 셈입니다. 차이는 그 명단의 ‘안쪽’에서 시작됩니다.

기준 한국 (2025)
명단 정의2020→2050년 20–39세 여성 인구 50% 이상 감소인구감소지수(8개 지표) 하위 + 행정 평가
전체 모수1,729 시·정·촌226 시·군·구
명단 진입744곳 (43%)89곳 (39%)
최고 위험 분류‘소멸가능성’ 744 / ‘블랙홀형’ 25 / ‘자립지속’ 65 / 기타 895‘인구감소지역’ 89 / 행안부 페이지 현재 ‘관심지역’ 18
10년 추적2014년 896곳 → 2024년 744곳
239곳 탈출 · 99곳 신규
2021년 첫 지정, 5년차(2026) 첫 회계 결산

여기서 한국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행안부의 89곳만 보면 한국의 위험 명단은 일본보다 작아 보이거든요. 그런데 한국고용정보원의 소멸위험지수로 다시 세면 그림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2024년 3월 주민등록인구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30곳(57.0%)이 이미 소멸위험지역이고, 그중 57곳(25%)은 소멸‘고’위험지역입니다. 한국의 문제는 ‘명단이 작다’가 아니라 명단이 둘로 갈라져 있다는 데서 시작됩니다 — 행안부의 ‘정책용 명단’과 고용정보원의 ‘경고용 명단’이 따로 돕니다.

둘로 갈라진 명단은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2024년 소멸위험지역에 새로 진입한 11곳 중 8곳이 광역시 산하 구·군이었거든요. 부산 북구·사상구·해운대구·동래구가 한꺼번에 들어왔고, 부산은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한국의 지방소멸이 군 단위 농산어촌을 넘어 대도시 내부로 번지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신호죠.

일본의 10년은 정반대 방향이었습니다. 2014년 896곳에서 2024년 744곳으로 명단 총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관내 자치체의 절반 이상이 소멸가능성으로 분류된 도도부현도 24개에서 16개로 줄었습니다. 일본의 10년은 ‘전국 확산’보다 ‘위험의 농도 차이’를 다시 그린 시간이었던 겁니다. 한국이 지금 통과하는 ‘확산 국면’을, 일본은 한 발 앞서 ‘완화 국면’으로 바꿔낸 셈이죠.

그런데 ‘744 vs 89’를 나란히 외치기 전에, 한 가지 짚을 게 있습니다. 이 숫자들이 같은 잣대로 잰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셋을 한 표에 펼쳐 보죠.

구분한국 · 인구감소지역한국 · 소멸위험
발표 주체인구전략회의행정안전부한국고용정보원
산식20–39세 여성 2020→2050 50%↓인구감소지수(8개 지표)20–39세 여성 ÷ 65세 이상
모수1,729 시·정·촌226 시·군·구228 시·군·구
결과744곳89곳130곳
용도경고·분석정책·예산 배분경고·학술

※ 세 명단은 산식·모수·용도가 다르다. ‘744 vs 89’는 규모 감각을 주는 숫자일 뿐, 같은 자로 잰 값이 아니다. 또 일본 시·정·촌(1,729)과 한국 시·군·구(226)는 행정 단위 크기가 달라 비율도 보정해 읽어야 한다.

한국 인구감소지역 89곳 — 시·도별 분포 (행안부 2021 지정, 17개 시·도)
경북
16
전남
16
강원
12
경남
11
전북
10
충남
9
충북
6
부산
3
대구
2
인천
2
경기
2
서울
0
광주
0
대전
0
울산
0
세종
0
제주
0
경북·전남·강원·경남·전북 — 이 5개 도가 65곳(73%)을 차지한다. 서울·광주·대전·울산·세종·제주엔 단 한 곳도 없다. 인구감소가 ‘비수도권 도(道) 지역’에 집중돼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자료: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지정(2021.10) · 합계 89곳.
🇰🇷 89곳은 어디에 몰렸나 — 시·도별 지도 (색이 진할수록 인구감소지역이 많음 · 지역을 눌러보세요)
서울 0곳인천 2곳경기 2곳강원 12곳충북 6곳충남 9곳대전 0곳세종 0곳경북 16곳전북 10곳대구 2곳광주 0곳전남 16곳경남 11곳울산 0곳부산 3곳제주 0곳
0곳 1–5 6–10 11–16
지도가 곧 결론이다 — 짙은 지역(경북·전남·강원·경남·전북)이 모두 비수도권 남부·동부의 도(道)에 몰려 있고, 수도권·광역시는 옅거나 비어 있다.
자료: 행정안전부 인구감소지역 89곳(2021.10). 경계는 통계청 시·도 행정구역을 단순화해 그렸다.
🇯🇵 거울 비교 — 일본도 위험이 ‘한쪽에 응축’됐다 (2024 인구전략회의 검증치)
아키타현 (최고)
96% (25곳 중 24곳)
오키나와현 (최저)
0% (자립지속 17곳)
한국이 ‘비수도권 도(道)’에 89곳의 73%를 몰아넣었듯, 일본도 도호쿠(아키타·아오모리·이와테)에 소멸가능성을 응축시켰다. 그물(산식·모수)은 달라도 그물에 걸린 자리의 ‘모양’은 닮았다. 두 나라는 같은 방향으로 한쪽에 쏠린다 — 그래서 일본은 한국의 거울이다.

축① 거리: ‘대도시에서 한 시간’의 결정력

그럼 살아남은 도시들은 어디에 모여 있을까요? 인구전략회의가 분류한 ‘자립지속가능성 자치체’ 65곳을 지도에 찍어 보면 패턴이 노골적입니다. 보고서 본문 기준 분포는 오키나와 17곳, 후쿠오카 9곳, 구마모토 7곳, 그 외 32곳. 셋을 합치면 규슈·오키나와 권역에만 33곳, 살아남은 도시의 절반이 한 권역에 몰려 있는 셈이죠. 우연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키나와는 합계출산율이 1.60(2023년 후생노동성 확정수)으로 일본 전국 1.20을 크게 웃도는 인구학적 특이지대고, 후쿠오카·구마모토는 광역 대도시 통근권의 외곽 베드타운이 다수거든요.

한국의 89곳을 같은 잣대로 보면 어떨까요? 정반대 패턴입니다. 서울 통근권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잡힌 곳은 가평·연천 단 두 곳. 다른 87곳은 모두 광역시 통근권 바깥, 평균적으로 도청소재지에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곳입니다. 2024년 한국 수도권에는 2,631만 명, 전체 인구의 50.8%가 삽니다. 한국은행의 OECD 비교에서도 한국의 수도권 집중도는 비교 대상 26개국 중 가장 높습니다(2위는 일본). ‘서울에서 멀수록 빠진다’는 단순한 인상비평이 아니라 국가 구조의 숫자입니다.

다만 ‘대도시 거리’만으로 다 설명되진 않습니다. 일본 보고서가 정의한 ‘블랙홀형’ 25곳 중 21곳은 간토(関東) 블록, 그 안에서 도쿄도 분류만 17곳에 이릅니다. 출산율은 매우 낮은 채 다른 지역의 청년만 빨아들이는 자치체들이죠. 한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도, 그게 다른 도시를 빠르게 비우면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축② 산업: 단작 농수산이 아니라 ‘두 다리 경제’

두 번째 축은 ‘무엇으로 먹고사는가’입니다. 일본 ‘자립지속가능성’ 65곳을 한 번 더 들여다볼까요? 농어업 하나에 절반 넘게 기댄 곳은 의외로 드뭅니다. 후쿠오카권의 베드타운형 시정촌, 구마모토·오키나와의 관광·서비스 결합형이 다수거든요. 거꾸로, 단작 농업 한 다리에만 선 자치체는 ‘자립지속’이 아니라 ‘소멸가능성’ 명단에 떨어집니다. 보고서가 보여주는 경향은 한결같죠 — 다리가 하나면 무너지고, 둘이면 버틴다.

한국에서 같은 축을 보면 흥미로운 사례가 나옵니다. 행안부가 2024년 11월 발표한 2025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우수지역 8곳 — 횡성·단양·보령·남원·고흥·신안·청도·하동 — 가운데 다수는 ‘1차산업 + 관광·의료·제조’의 두 축 이상으로 펼쳐져 있거든요. 단양은 관광+의료, 보령은 1차+관광+해양, 하동은 차+관광+공공의료. 사업계획서를 펴 보면 한 도시당 ‘다리’가 두 개 이상이라는 점이 평가표의 상위 항목에 놓여 있습니다.

유형한국 우수 8곳 (사업계획서 분류)
단작 1차산업 의존드뭄약 1곳
1차+관광 (2축)다수 (오키나와·구마모토 일부)약 3곳
1차+제조 또는 1차+의료 (2축)다수 (후쿠오카 베드타운형)약 2곳
3축 이상 다각화일부약 2곳

표 분류: 아시아24 자체 분류. 일본은 인구전략회의 보고서 본문 ‘자립지속’ 분류 설명 유형을 정성적으로 묶었고, 한국은 행안부 2024년 11월 발표 2025년도 배분 우수지역 8곳의 사업계획서 키워드 분류. 정확한 수치 분포는 양국 모두 공식 발표에 없다.

불 꺼진 마을들 — 수백 곳의 ‘소멸가능성’ 명단은 이렇게 흩어져 있다. [영상 | AI 생성 시네마틱]

축③ 청년여성 잔존율: 결국 핵심은 이것

두 명단 모두 ‘청년여성 인구’를 핵심 지표로 본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잣대를 씁니다. 일본은 20–39세 여성, 한국은 20–39세 여성 + 가임여성 비율. 정의의 변종이 있을 뿐 측정 대상은 같죠. 전국 평균 출산율만 보면 한국은 2024년 0.75로 9년 만에 반등했고, 일본은 2023년 1.20으로 내려앉았습니다(기준연도 차이 유의). 그러나 지방소멸을 가르는 지표는 전국 평균 출산율보다 ‘그 출산 가능 연령대가 어디에 남아 있는가’에 더 가깝습니다.

그럼 위험한 도시의 청년여성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가즈노시를 보죠. 전체 인구 중 20–39세 여성 비중이 5.9%(2024년 주민기본대장)입니다. 일본 ‘소멸가능성 자치체’ 다수에서 비슷하게 나타나는 숫자죠. 전국 평균이 10%대인 것과 견주면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입니다. 출산을 떠받칠 세대 자체가 통계의 절반밖에 안 남았다는 뜻이거든요.

전체 인구 중 20–39세 여성 비중 (2024)
전국 평균 JP
약 10%
가즈노
약 5.9%
전국 평균 KR
약 12%
출처: 일본 총무성 주민기본대장 2024.1.1 / 한국 행안부 주민등록 2024년 말. 도시별 청년여성 비중 비교는 시·군청 공식 산출표를 통해 별도 회차에서 보강 예정.

축④ 관계인구 흡수력: 정의를 다시 쓰는 변수

네 번째 축은 측정이 가장 어렵지만 가장 결정적입니다. 시마네현 아마정(海士町)은 청년여성의 절대 수가 너무 작아 명단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마정의 인구 감소 속도는 2007년 ‘고교 매력화 프로젝트’ 이후 눈에 띄게 꺾였습니다. 답은 ‘주민등록 인구’의 정의 바깥에 있죠. 외부에서 유학 온 고교생, 1년 단위로 살러 온 청년들 — 일본이 ‘관계인구(関係人口)’라 부르는 사람들입니다.

한국은 언제 이 정의를 받아들였을까요? 2023년입니다. 행안부는 그해 ‘생활인구’ 개념과 시범 산정 대상을 정한 뒤, 2024년 1월 첫 결과를 공표했죠. 생활인구는 ‘주민등록인구 + 외국인등록인구 + 월 1회·하루 3시간 이상 머문 사람(체류인구)’로 셉니다. 첫 시범 대상은 7개 인구감소지역. 이름은 여전히 ‘인구감소지역’이지만, 이제 ‘사는 사람’만이 아니라 ‘오는 사람’까지 셀 줄 알게 된 도시들인 셈입니다.

‘인구감소지역 중 첫 시범 산정 결과 일부 자치체에서는 생활인구가 주민등록인구의 몇 배 수준으로 측정됐다. 이 추세를 무시한 정책은 실제로 그 자치체에서 일어나는 경제의 일부만 본다.’ — 행정안전부, 「생활인구 산정 결과 최초 발표」(2024.1.2)

다만 ‘생활인구’를 곧장 인구처럼 다루는 건 조심해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다녀가는 방문객이 정주·출산·돌봄·세수로 바로 이어지진 않거든요. 체류 시간, 반복 방문, 지역과 맺는 관계의 ‘질’을 함께 보지 않으면, 관광객을 주민으로 착각하는 함정에 빠집니다. 관계인구는 가능성이지, 그 자체로 답은 아닙니다.

네 축이 명단의 차이를 설명한다

거리, 산업 다각화, 청년여성 잔존율, 관계인구 흡수력. 이 네 축으로 한일 명단 안의 자치체들을 보면, ‘자립 / 소멸 / 블랙홀 / 모호’의 분포가 상당히 일관된 패턴으로 갈립니다. 자연재해 회복 중인 자치체(후쿠시마 인근), 미군·자위대 기지 의존 자치체 같은 특수 사례는 이 네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죠.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따로 있습니다. 네 축이 다 똑같은 무게일까요? 아닙니다. ‘거리’와 ‘청년여성 잔존율’은 정책으로 단기간에 바꿀 수 없습니다. 서울을 옮길 수도, 떠난 청년을 한 해 만에 되돌릴 수도 없으니까요. 그러나 ‘산업 다각화’와 ‘관계인구 흡수력’, 이 두 축은 5년 단위로 움직입니다. 일본 ‘자립지속’ 65곳 가운데 상당수가 2014년 마스다 명단에 찍혔다가 빠져나온 곳이라는 보고서 설명이 바로 그 증거죠. 즉, 운명을 가르는 네 변수 중 둘은 바꿀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가능성은 거기에 있습니다. 그럼 그 둘을 키우는 데 두 나라는 얼마를 썼을까요? 그 돈의 행방을 연작 ③ ‘10조 엔과 5조 원’에서 따라가 봅니다.